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강서는 휴대폰으로 먼저 뒤졌다. 상호를 외우려고 한 건 아니고, 골목이 어떻게 생겼는지 적힌 글만 골라 읽었다.
같이 갈 사람이 가격만 물어봐서, 나는 반대로 길만 골랐다.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로 골목을 설명해 둔 글이 제일 편했다.
비 때문에 간판 글자가 번져 보였다. 우산을 접고 들어가느라 신발 끝이 좀 젖었다.
조명은 따뜻했다. 얼굴이 덜 피곤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, 짐은 문 옆 의자에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.
나올 때 옆 건물 출입구랑 헷갈릴 뻔했다. 그래서 오는 길의 간판 순서를 속으로 한 번 더 말했다. 집까지는 말이 별로 없었다.
엘리베이터 거울에 복도 불이 비쳐 보여서, 층수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좋았다.
다음에도 이 근처를 고를 때는 유정당에서 다녀온 말투인 글만 남기고 비교하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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